당신은 몇℃인가요?
효암고등학교 김순남 교장 2026.02.25 07:40 사회관계망(SNS)에 심심치 않게 꽃소식이 올라옵니다. 지난 1월에는 거제도 기온이 영하 13도인데도 매화가 피었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반갑다고, 봄이 곧 온다고, 정상적인 현상은 아니라고 야단입니다. 그러나 그 꽃은 그냥 피어난 게 아닙니다. 가을부터 꽃눈을 만들었을 테고, 1월에도 뿌리는 땅속의 물을 길어 올려 때를 기다렸을 테지요. 추운 날은 몸을 움츠려 견디고, 영상일 때는 그 따뜻함을 모으고 모아서 드디어 꽃눈을 틔웠을 겁니다. 사람은 매화를 잊고 있다가 피어난 때를 보고서야 환호했을 테고요. 매화는 '12월 1일 이후부터 0℃ 이상의 일 평균 기온의 합계가 700℃(유효적산온도)를 초과하면 꽃이 핀다'라는 국립농업과학원의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추운 날과 따뜻한 날을 거쳐서 합계 온도가 700℃에 이르러야 꽃이 핀다고 하니, 조금 따뜻해졌다고 갑자기 피는 꽃은 없는 셈입니다. 꽃이 피는 시기가 나무마다 풀마다 다르다는 것은 우리가 익히 아는 바입니다. 봄꽃과 여름꽃 가을꽃 겨울꽃이 저마다의 생태에 맞게 물을 긷고 빛을 받고, 그 밖의 모든 조건이 충분한 상태에 이르렀을때 봉우리를 터뜨리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우리는 왜 자녀들에게 스무 살에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도록 바랄까요? 왜 남들보다 성적이 좋기를 바랄까요? 매화가 일찍 피면 사람들이 기뻐하지만, 열매는부실할 수 있습니다. 꽃샘추위에 꽃이 얼고, 꿀벌이 없어 수정이 안 되는 일도 있기 때문이죠. 꽃이 늦게 피면 냉해가 없어서 열매는 풍성해진다고 하니, 농부라면 이른 개화를 좋아하지만은 않겠죠? 2월은 입학을 앞둔 학생이나 학부모에겐 설렘과 걱정이 교차하는 시기입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입학을 앞둔 학생들은 어떨까요? 친구들과 헤어지는 슬픔을 안은 이가 있을 테고, 학원에서선행학습으로 고생하는 친구들도 있겠지요. 학부모님들은 우리 아이가 입학할 학교는 어떨까? 담임 선생님은 좋은 분일까? 성적이 떨어지지는 않을까? 친한 친구와는 같은 반이 될 수 있을까? 걱정으로 살고 계시진 않나요?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이도 설레고 걱정하는 것은 마찬가지이겠지요? 대입제도가 자주 바뀌고, 고교학점제와 내신 성적과 수능 성적 앞에 한없이 작아진 느낌일 수도 있으니까요. 의대나 과학고를 보내겠다는 생각으로 한 학년 이상 선행 수준의 수학을 미리 공부시키고 있진 않나요? 보낼 학교가 미덥지 않아서 걱정하시나요? 낯선 곳을 살게 될 자녀를 둔 부모가 불안감을 안고 걱정하는 마음은 충분히 압니다. 그러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나 그 불안은 내 속에만 담아 두고 자녀에게 보이지 마십시오. 우리가 자녀를 대신해 공부하고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것은 자녀의 몫입니다. 언덕을 오르다가 힘들어해도 업어서 올라가지는 마십시오. 엉덩이를 살짝 밀어주고 지켜보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미국의 대법원장 존 로버츠가 아들의 졸업식에서 했다는 연설문을 구해 읽어 보십시오. 외로움이나 배신이나 부당한 경험이 반드시 해로운 것은 아님을 알게 될 것입니다. 나심니콜라스 탈레브의 책 『안티프래질(Antifragile)』에 '바람은 촛불 하나는 꺼뜨리지만, 모닥불은 살린다.'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닥쳐오는 불확실성을 당당히 맞이하라는 것이죠. 여러분의 자녀도 이와 같았으면 합니다. 성적이 좋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자녀가 살아갈 곳은 대학 너머에 있으니까요. 부모가 할 일은 매화를 비추는 햇살같이 자녀가 꿈을 피울 때까지 오래도록 사랑을 베풀고 응원하는 것으로 족합니다. 그것의 누적 온도는 700℃가 될 수 있고, 1,000℃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자녀를 비추는 당신의 온도는 몇 ℃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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